유대인의 결혼
이은영
유다이즘에 있어서 결혼은 죽고 사는 것만큼 중요하고 거룩한 행위이다. 실제로 결혼식은 무척 거룩해서 키두쉰 (kiddushin, sanctification)이라 부르며, 신비주의자들의 조하르 (Zohar)는 결혼은 바로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신 것을 지속하는 방법이라고 가르친다. 그래서 유다이즘에서는 결혼식에 관한 비유가 유난히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매주 금요일 저녁인 안식일을 ‘아름다운 신부’처럼 맞아 들여야 하며, 하느님과 유대민족 간의 관계는 서로에 대한 서약으로 결혼 관계로 묘사해 왔다. 그러므로 결혼식에서 신랑과 신부는 새 가정에서 창세기의 아담과 이브 역할을 하는 것이다.
유대 전통 결혼식의 기원
유대인에게 결혼은 그 자체로도 거룩한 것이지만, 이는 또한 법적인 제도이기도 하다. 그리고 유대 율법은 결혼식에 관한 법제를 상세히 다루고 있다. 예를 들면, 3천 년 훨씬 이전부터 유대인들은 남성이 결혼할 수 없는 대상에 어머니, 할머니, 손녀, 누이, 이복 누이, 고모/이모, 조카, 장모, 새어머니, 며느리, 그리고 종교적 이혼을 하지 않은 어떠한 결혼 여성들을 포함해 율법을 규정하였다 (레위 18).
전통적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데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친척이나 이해 관계자가 아닌 두 명의 남자 증인 앞에서 남자는 여자에게 무언가 가치있는 물건을 주고 결혼 서약을 암송하거나, 이해 관계가 없는 증인 두 명을 대동하고 결혼 서약서 (케투바, ketubah)에 서명하거나, 두 명의 증인이 남자와 여자가 결혼하겠다는 뜻으로 동침하려고 둘만이 방에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세 방법은 오늘날의 결혼 예식과 합쳐져 거행되고 있다. 그리고 2천 년 가까이 디아스포라 생활을 하면서 정착했던 나라들의 문화와 함께 융합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결혼식을 올리지만, 대부분의 몇 가지 독특한 상징과 의식들은 그들의 고유한 전통으로 남아 있다.
결혼식 준비
결혼식 바로 앞 주의 안식일 전례에서 예비 신랑은 토라를 낭독하고, 사람들은 사탕 같이 달콤한 맛을 지닌 것들을 신랑에게 던지며 축복을 해 준다. 이는 그들이 “달콤하고 행복한” 미래를 엮어 나가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지닌다. 여자들은 결혼식 전날에 미크베에서 깨끗한 물로 정결례를 한다. 일부 전통주의자들은 결혼 전 일주일 동안 서로 만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는 유대인의 전통적인 속담인 “ein m’arvin simcha b’simcha (not mix happi-ness and Joyful event)”에서 나온 말인데, 서로 만나는 행복감과 결혼의 즐거움을 함께 누리지 않는 것이라 하겠다. 그리고 결혼 날짜를 잡을 때도 여자의 생리 주기일 피해 잡도록 권하는데, 이는 첫날밤 신방을 차릴 수 없을까 염려해서이다.
결혼식
유대인의 결혼식에서 신부는 신랑의 오른쪽에 선다. 신랑은 ‘키텔(kittel)’이라 부르는 흰 겉옷을 입는다. 이 옷은 자신의 결혼식과 과월절 세데르, 욤 키푸르 전례 때, 그리고 자신의 장례식에서만 입는 옷이다. 대부분의 유대인 결혼식은 여덟 가지의 기본적인 상징과 의식으로 구성된다.
(그림 설명: 결혼 혼례 차양인 후파, 컵을 깨트림, 지붕위의 바이올린에서 결혼 장면, 결혼 만찬 식탁)
첫째는 후파(혼례 차양)을 세운다. 이 후파는 어디에나 세울 수 있지만, 아쉬케나지 전통에서는 가능한 실외를 선호한다. 이는 새로운 가정이 이뤄지는 것에 대한 상징이며, 고대 히브리인들이 사용한 장막을 상징한다고 한다. 이것은 자신들의 취향대로 단순하게 또는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다. 많은 이는 남자들이 기도 때에 두르는 천인 탈릿(talit)을 사용하며, 신랑, 신부의 친구들이 후파를 연결하는 네 개의 봉을 잡아 지탱하기도 한다. 신랑, 신부가 후파 아래에 서자마자 신부가 신랑 주위를 세 번 혹은 일곱 번을 돈다. 이는 단지 풍습일 뿐인데 아마 미신이 성행하던 때에 생긴 것 같다. 이는 악령으로부터 마술 방패를 만들어 준다는 뜻을 담고 있거나, 또는 두 사람을 함께 묵는 것을 상징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유대인은 이 풍습이 여자가 남자에게 굴종적으로 보인다고 생각하여, 완전히 생략하기도 한다.
거의 모든 유대인의 축일에는 축복 순간에 와인이 등장한다. 약혼과 결혼은 원래 ‘키두쉰(축성)’이라 부르며 해를 나눠 구별해 기념했지만 요즈음은 하나로 합쳤다. 전통적인 유대인들은 결혼식 때 후파 밑에서 축복과 와인 마심을 두 번에 걸쳐 거행한다. 후파 아래에서 한두 잔의 와인을 마시는 것도 이 ‘키두쉰’에 속한다.
고대에 신랑은 토큰이나 동전 같은 것을 신부에게 주어 결혼 서약을 했지만, 오늘날에는 다른 나라의 문화처럼 반지를 교환하며, 맹세와 약속을 하며 다음과 같은 맹세문을 반복하여 읽는다. “모세와 이스라엘의 전통을 따라 이 반지와 함께 당신을 나의 남편/아내로서 맞아들입니다.” 대부분의 유대인은 세공이 없이 단순하고 부드러운 원형 반지를 선호한다. 이는 모든 유대인이 그들의 부나 신분에 상관없이 동등하다는 것을 기억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반지의 원형은 순탄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상징하며, 완전함과 부부 관계의 끊이지 않는 연속성을 상징하지만, 오늘날에는 다양한 장식과 스타일의 반지도 널리 애용된다.
결혼식 순간에 ‘쉐바 브라홋(일곱 축복)’이라 부르는 특별한 축복을 하는데, 이 축복은 먼저 모든 만물과 존재에 반영되는 거룩한 분, 그리고 인간을 창조하신 창조주를 인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분의 신성은 인간 사랑의 서약 안에도 현존하심을 인식하는 것으로 축복은 마무리 된다. 결혼 후 신랑, 신부는 그들의 친구를 일주일 동안 매일 초청해 저녁을 대접하며 이 ‘쉐바 브라홋’을 음송했다는 오래된 전통을 따라 이를 일곱 축복이라 부른다고 한다.
컵을 깨뜨림
유대인의 결혼식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의식은 결혼식 마지막에 유리잔을 밟아 깨뜨리는 풍습일 것이다. 이 의식의 의미는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데, 전통주의자들은 깨진 유리 조각이 예루살렘 성전의 파괴를 상징한다고 본다. 한편으로는 유리잔이 깨어짐은 최상의 기쁨 순간에서도 깨어짐과 상실 또한 인생 경험의 중요한 일부라는 것을 기억하게 한다고 한다. 아마도 깨진 조각들은 새로운 가능성으로 길을 열기 위해 털어 버려야 할 지난 것들을 상징할 수도 있다. 어떤 이들은 유리가 깨질 때 나는 소음이 악령을 내쫓는다고도 하고, 심지어는 첫날밤 성 관계를 맺을 때를 상징한다고도 한다. 어쨌든, 유리잔이 부서지자마자 참석한 모든 하객들은 즐겁게 탄성을 지르며 “마잘 토브!(행운이 있길!)”라고 외친다. 그러고 나서 결혼식은 그 파티의 절정에 이른다.
결혼 서약서 - 케투바
케투바는 신랑과 신부 간의 결혼 서약서(아름다운 장식과 함께 필사한 하나의 작품)이다. 케투바의 조건과 내용은 결혼하기 한참 전에 조정할 수 있다. 결혼식이 시작되기 바로 전, 신랑과 신부는 케투바에 증인들 배석 하에 사인을 하고 나서 간단한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이 서약서를 큰소리로 읽는다. 가장 오래된 케투바는 아람어로 쓰였다고 하는데, 이는 2천 년이 넘은 것이라 한다. 정통파 유대인들이 전해 지켜온 전통적인 케투바는 명백히 각 배우자의 재정적인 의무를 열거한 것으로, 사실 로맨틱한 것과는 거리가 먼 법적인 문서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이란 말을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는 이 케투바는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케투바는 죽거나 이혼할 경우에 여성에게 일괄적으로 재정적 지원(10년 동안 살 수 있을 만큼의 분량이나 여자가 결혼 당시에 가져왔던 재산의 가치를 더한 것)을 하도록 기록하고 있으며, 남자는 그들이 결혼 생활을 하는 동안 내내 아내를 재정적으로 지원할 것을 보증하고 있다. 심지어는 남자가 아내에게 잠자리의 의무를 다 해야 할 것도 명시하고 있다. 이는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던 시대에, 나이가 많거나 덜 사랑을 받았던 여성들이 무시되는 것을 보호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창세기에서 천지 창조 후 하나님께서 아담과 하와를 통해 첫 가정을 창조하신 이래로, 구약은 결혼의 신랑, 신부를 비유로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그리고 신약에서는 신랑이신 예수님과 신부인 교회를 들어 말하고 있다. 성경의 마지막 책인 요한 묵시록도 어린 양의 혼인 잔치로 신천지 창조의 절정에 다다름을 묘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묵시. 19, 5-10). 하느님의 창조를 이어가는 가정의 소중함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라도 잘 알 것이다. 그런 가정이 너무 고귀하고 소중하기에 예수님께서 그분의 첫 기적을 결혼 잔치에서 행하셨던 것도 바로 이런 의미가 아닐까! (요한 2:1-12)
유대인의 전통적인 결혼관을 살펴 보면서,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 중의 한 명으로서 가치관의 혼란으로 무너져 가는 가정을 지켜야 할 의무감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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